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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문학/인문 서적 리뷰

에리히 프롬 - 사랑의 기술

by 시와강아지 2020. 10. 16.

'사랑'과 '기술'이라는 상반된 카테고리의 단어가


조합된 책의 주제는 무언가 찜찜하게 만든다



의문이 솟는다.


사랑에 기술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닐 거라고.



기술적인 측면의 어느 구석에도 


사랑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고.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


정신분석학자라는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해체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전문인의 교양은 즉


'해체'와 '분석' 그리고 '재조합'에 있듯



정신 전문가들은 그 징그러운 일들을 해낸다.





역설적이게도..


나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일은


기능과 성과를 내지만


느낌의 '무른' 영역을 지성으로 '굳게' 만든다.




재즈 음악 한 곡이 너무 좋아


코드 진행을 분석했더니


그 음악에 대한 감흥이 전과 같지 않은 것처럼..




느낌의 영역을 팔아


성과의 영역을 산다




그런 마음으로 


책의 구절들을 되짚어 본다.






수많은 구절이 사실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


그중 재미있는 것만 옮겼다.



1) "상점의 진열장을 들여다보며 느끼는 스릴과 살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현금 또는 할부로 사는 맛. 이것이 현대인의 행복이다. 그는(또는 그녀는) 사람들도 같은 방식으로 본다. 남자에게 매력 있는 여자 그리고 여자에게는 매력 있는 남자가 탐나는 경품이다. '매력'은 보통 인기 있고 퍼스낼리티(personality)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는 품질 좋고 멋진 포장을 의미한다." 




어떤가. 우리의 연애관이다. 

나는 아니라고 부인해도 사실.

우리의 사랑은 설레임의 순간에 가장 반짝 빛난다.

이후 우린 상품(연인, 배우자)과의 권태에 빠진다.

경제력이 가장 중요한 헤게모니를 쥐여 준다.




2) "인간은 이 감옥으로부터 풀려나서 밖으로 나가 어떤 형태로든 다른 사람들과, 또한 외부 세계와 결합하지 않는 한 미쳐버릴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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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분리된 채 사랑에 의해 다시 결합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인식, 이것이 수치심의 원천이다. 동시에 이것은 죄책감과 불안의 원천이다."



나는 불안해서 연애한다.

누군가 내 옆에 있어야 한다. 

결혼도 그러하다. 철저한 구속력의 강력한 제도.


프롬은 '분리의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한다.




3) 성숙한 '사랑'은 '자신의 통합성', 

곧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의 합일'이다. 

.

.

사랑에서는 두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도 둘로 남아 있다는 역설이 성립한다.


하나로 뭉친 두 존재가 두 존재로서 온전히 남아있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정신 집중이 필요하다.

멍 때린 채로 상대의 감촉을 느낄 수는 없다.

그런 적이 있다면 그것은 사랑의 '제스처'일 뿐


사랑은 상대를 '상대로서' 사랑하려는 매우 능동적인 활동이다. 어떠한 제도와 시선에도 매몰되지 않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


그래서 프롬은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곧 

'명상할 수 있는 힘'에 비유한다.

자신의 힘으로 시선과 잡념을 끊어낼 수 있는 자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그는 '비이기주의'라는 말을 만들어낸다.


4) '비이기적인'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살 뿐이고'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것을 자랑한다. 그는 자신의 비이기주의에도 불구하고 불행하며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조차도 원활하지 못한 데 대해 당황스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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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는 사랑하는 능력이나 즐기는 능력이 마비되어 있고, 그는 삶에 대한 적의로 가득 차 있으며, 비이기주의라는 표면 뒤에는 미묘하지만 매우 강렬한 자기 본위가 숨어 있다. 그의 비이기주의가 다른 증상과 함께 증상으로 해석되어서 그의 비이기주의와 다른 고통의 근원인 생산성의 결여가 고쳐질 때에만 이 사람은 치유될 수 있다. 



사랑은 타인을 위하는 '비이기주의'와는 다르다. 

비이기주의와 사랑을 구분짓는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생산성'이다.


사랑하는 이의 웃음을 만들고, 그가 원하는 것을 그가 말하기 전에 '먼저' 상상하는 것


반면 비이기주의는 피해만 주지 않으면 그 뿐이다.

오히려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사실로 스스로를 보상하려는 심리는 세상에 대한 적의에 기인한다. 









사랑 이론에 완벽을 기하려는, 그의 저작에 대한 과욕은 결국 '온갖 좋은 말 모음집'을 만들었다.


내가 구분해낸 핵심은 이것이다.



'생산성'


(여기서 생산성은 경제학 용어가 아님.)


대상을 분별하는 능동성





프롬에 따르면


사랑은 깨어있는 이성으로서 존재한다.



사랑은 고리타분한 일본 로맨스 영화가 아니다.


사랑은 현실 속의 생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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