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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문학/시집 읽기5

장정일 시인 - 눈 속의 구조대 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어느덧 마스크를 쓰고 다닌지 10개월차에 접어듭니다. 마스크를 쓰면 한 번의 들숨을 위해 필요한 힘이 미약하게나마 증가합니다. 공기라는 유체가 폐로 들어오는 길에 '마스크'라는 화학 섬유의 직조물이 기존에는 없던 추가적인 저항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온 국민이 비염 환자의 호흡법을 경험하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한 번의 숨을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힘을 써야했고, 그런 나날들로 무려 10개월을 경험했으니 말이지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숨처럼 당연한 것을 얻는 데 남들보다 더욱 많은 힘을 들여, 꾸역꾸역 호흡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 그것은 시인이죠. 자신의 감각을 긍정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자본이라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은.. 2020. 12. 23.
이선영 시인 - 60조각의 비가 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시는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지만 일상을 살았던 누군가가 직접 캐낸 것이니만큼 자잘하게나마 지구를 가득 채우고 있던 것들의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새롭다니요..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었다니요.. 그렇습니다.그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숨겨져 있던' 것입니다...화려한 광택의 2019년식 건물 앞, 원색의 색상에 가려져있던, 그러나 언제나 떠다니고 있었던 먼지들 절간의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종) 소리그 소리에 때 맞춰 고개를 돌리는 절 강아지 황구의 쫑긋 선 귀 모양 배가 침몰하던 순간 충격으로 전해진 파장들이 수년이 지나도록 남아있고그 여파의 여파까지도 이용하는 광고와 미디어, 그리고 세력들그 사이 소리없이 어디선가 한번 더 죽어가고 있을 어떤 가족의 식사.... 2020. 11. 16.
한강 시인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영화 '신세계'의 명대사가 있죠. "드루와, 드루와." 영화 속 맥락과는 다르게 저는 이 대사가 극중 화자 '정청'의 포용성을 보여준다고 여겼습니다. 정말이지 정청은 이자성의 비밀을 알고도 끝까지 함구했죠. 포용하는 자가 발하는 위압감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말해도 좋아. 내가 다 들어줄게.""덤벼, 받아줄게." 가학성의 이 말은 대개 공포의 대상이 되지만문학의 영역에서 이 말은 한없이 큰 위로의 주체가 됩니다. 오늘의 주인공, 소설가이기도 한 시인 한강은바로 이 포용하는 자가 뿜는 대담성을 매 작품마다 담아냅니다. 그래서 그녀는 아직, 더 "피 흘릴" 의지가 있습니다. ... 새벽에 들은 노래 3 나는 지금 피지 않아도 좋은 꽃봉오리거나이미 꽃잎 진꽃대궁이렇게 한 계절 .. 2020. 11. 12.
신현림 시인 - 7초간의 포옹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해외여행이 가능하려면 2023년은 되어야 한다는 예측이 있어요. 못 먹는 떡이 맛있는 법 사실 여행은 지금 당장에라도 가능한 것인데 놓지 못하는 일상과 작은 욕심이 맛있고 예쁜 떡의 환상을,힘이 되는 그 멋진 환상을 지웁니다. '여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 첫째, 물리적인 제약둘째, 여행하려는 마음가짐의 제약 물론 저는 후자에 속합니다. 그래서 여행하는 시인의 시가더 부럽고 아픕니다. 나는 왜 홀연히 떠나지 못하는가왜 걸음으로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는가 .. 『7초간의 포옹』은 시인이 하고 있는'사과 여행' 시리즈의 일환입니다. 신현림은 여행하는 시인. 세계 곳곳에서 사과를 던져올린 사진을 시와 함께 전시합니다. 시집에도 그녀가 던진 사과사진이 흑백으로 실렸어요. 시집을 쓴.. 2020.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