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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문학/인문 서적 리뷰8

무라카미 하루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 이야기는 하루키가 30대 시절 한 잡지사에 기고했던 소설을 모티프로 한다. 그의 베스트셀러들이 수십 개의 언어로 퍼져 나가는 동안에도 그는 이 이야기의 이상적인 결론을 고민했다. 당시 라는 작품으로 하나의 전개를 완성했지만, 그는 이 이야기가 또 다른 방식으로도 전개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야기가 맺지 못한 결론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의 목에 가시처럼 거슬렸다고 한다. 이후 코로나 시국이 되어서야 이야기는 다시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하루키는 '순환'을 모티프로 결론을 써 내려갔고, 원고지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긴 시간에 걸쳐 part 2, 3가 완성되었고 이야기의 결론은 순환의 회귀점에 닿았다. 소년이었던 주인공이 어느새 사십 대 중반의 아저씨가 되어 '옐로 서브마린 소년'을 자신의 일부로 받.. 2024. 2. 5.
커트 보니것 - 갈라파고스 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오늘은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를 읽어볼 예정입니다. 보네거트라는 인물을 검색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연관 키워드는 단연 '블랙 유머'입니다. 블랙? 까만색의 웃음? 시크하고 세련된 웃음? 블랙 유머를 결정짓는 부분은 아마 '대세를 비웃는 독립자적인 태도'일 겁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참 난리들이군. 꼴 사납군 그래."라는 기조로 읽히죠. 보네거트의 소설은 흥미롭지만 '시커멓고 쓰디 쓴 풍자'를 그린다는 점에선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합니다. 작가의 말이 지금의 나를 비웃는다고 느껴지면 다소 서늘할 것이고요. 내가 품었던 냉철한 시선에 동감해준다면 통쾌함마저 느낄 것입니다. 소설 『갈라파고스』에서는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내'가 1백만 년 전의 시대를 묘사합니다. 1.. 2021. 2. 2.
장 자크 루소 - 인간 불평등 기원론 강아지와 시를 전하는 시간.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그냥' 책을 읽는다.'그냥' 음악을 듣는다. '그냥' 글을 쓴다.'그냥' 커피를 마신다. 요즘은 '그냥' 무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위로로 다가옵니다. 행동의 동기는 언제나 명확했습니다. 행동의 이유가 곧고 선명할수록 그것은 아마도 성적이나 돈, 경제생활과 관련 것이었어요.그간 좋아하는 일에선 '이유'를 찾지 않았으니까요. 때문에 이유 없는 일들이 더욱 더 소중해집니다. .. 한편, 무시무시한 생각도 해봅니다.지금 내가 한적한 밤 따뜻한 방 안에서 '그냥' 무언가를 할 시간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저시급 노동과 나의 상대적 고시급 노동을 맞바꾼 틈새 이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누군가는 정해진 시간에 최소 생활비를 일찌감치 벌고 쉬는 반면.. 2021. 1. 3.
밀란 쿤데라 - 무의미의 축제 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오늘의 작품은 희대의 농밀함을 지닌 작가,밀란 쿤데라의 2013년 발간작입니다. 그는 '의미'와 '무게'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전복시키는 것을 즐기는 듯 합니다. 자칫 무거운 역사의 시선을 '찰나적'인 것으로 폄하하기도 하며,우리 삶의 가장 많은 순간을 차지하는 무의미함을 의미있게 되새기며 그러안는 따뜻한 시선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밀란 쿤데라가 아닌 신인작가가 『무의미의 축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출간했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대중은 어쩌면 거장의 작품 자체보다는 거장이 수 십년간 지속적으로 내비쳐 온 메세지에서 비롯된 아우라에 열광하는지도 모릅니다. 라멘집에서는 진득한 돼지육수를 기대하고떡볶이집에서는 달콤한 양념을 기대하듯 우리는 밀란 쿤데라.. 2020. 1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