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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문학13

무라카미 하루키 -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이 이야기는 하루키가 30대 시절 한 잡지사에 기고했던 소설을 모티프로 한다. 그의 베스트셀러들이 수십 개의 언어로 퍼져 나가는 동안에도 그는 이 이야기의 이상적인 결론을 고민했다. 당시 라는 작품으로 하나의 전개를 완성했지만, 그는 이 이야기가 또 다른 방식으로도 전개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야기가 맺지 못한 결론은 3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의 목에 가시처럼 거슬렸다고 한다. 이후 코로나 시국이 되어서야 이야기는 다시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하루키는 '순환'을 모티프로 결론을 써 내려갔고, 원고지는 예상보다 길어졌다. 긴 시간에 걸쳐 part 2, 3가 완성되었고 이야기의 결론은 순환의 회귀점에 닿았다. 소년이었던 주인공이 어느새 사십 대 중반의 아저씨가 되어 '옐로 서브마린 소년'을 자신의 일부로 받.. 2024. 2. 5.
커트 보니것 - 갈라파고스 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오늘은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를 읽어볼 예정입니다. 보네거트라는 인물을 검색할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연관 키워드는 단연 '블랙 유머'입니다. 블랙? 까만색의 웃음? 시크하고 세련된 웃음? 블랙 유머를 결정짓는 부분은 아마 '대세를 비웃는 독립자적인 태도'일 겁니다. "별 것도 아닌 일에 참 난리들이군. 꼴 사납군 그래."라는 기조로 읽히죠. 보네거트의 소설은 흥미롭지만 '시커멓고 쓰디 쓴 풍자'를 그린다는 점에선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합니다. 작가의 말이 지금의 나를 비웃는다고 느껴지면 다소 서늘할 것이고요. 내가 품었던 냉철한 시선에 동감해준다면 통쾌함마저 느낄 것입니다. 소설 『갈라파고스』에서는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내'가 1백만 년 전의 시대를 묘사합니다. 1.. 2021. 2. 2.
장 자크 루소 - 인간 불평등 기원론 강아지와 시를 전하는 시간.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그냥' 책을 읽는다.'그냥' 음악을 듣는다. '그냥' 글을 쓴다.'그냥' 커피를 마신다. 요즘은 '그냥' 무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위로로 다가옵니다. 행동의 동기는 언제나 명확했습니다. 행동의 이유가 곧고 선명할수록 그것은 아마도 성적이나 돈, 경제생활과 관련 것이었어요.그간 좋아하는 일에선 '이유'를 찾지 않았으니까요. 때문에 이유 없는 일들이 더욱 더 소중해집니다. .. 한편, 무시무시한 생각도 해봅니다.지금 내가 한적한 밤 따뜻한 방 안에서 '그냥' 무언가를 할 시간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저시급 노동과 나의 상대적 고시급 노동을 맞바꾼 틈새 이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누군가는 정해진 시간에 최소 생활비를 일찌감치 벌고 쉬는 반면.. 2021. 1. 3.
장정일 시인 - 눈 속의 구조대 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어느덧 마스크를 쓰고 다닌지 10개월차에 접어듭니다. 마스크를 쓰면 한 번의 들숨을 위해 필요한 힘이 미약하게나마 증가합니다. 공기라는 유체가 폐로 들어오는 길에 '마스크'라는 화학 섬유의 직조물이 기존에는 없던 추가적인 저항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온 국민이 비염 환자의 호흡법을 경험하게 된 것이기도 합니다. 한 번의 숨을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힘을 써야했고, 그런 나날들로 무려 10개월을 경험했으니 말이지요. 코로나가 아니더라도,숨처럼 당연한 것을 얻는 데 남들보다 더욱 많은 힘을 들여, 꾸역꾸역 호흡을 이어나가야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제 경우에, 그것은 시인이죠. 자신의 감각을 긍정하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자본이라는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은.. 2020.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