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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문학/인문 서적 리뷰

무라카미 하루키 - 해변의 카프카

by 시와강아지 2020. 12. 10.


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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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집콕하는 우리에게

네플릭스와 유튜브 컨텐츠는 단비와도 같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컨텐츠의 성격에 대하여 혹자는 그러더군요.


영상 컨텐츠는 뜨겁기에(hot) 우리의 뇌리에

깊은 자극과 스크래치를 남기고

아무런 노력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반면,


텍스트 컨텐츠는 차갑기에(cool) 

감명을 위해선 독자의 적극적인 구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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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말에 크게 동감합니다.

코로나 대유행이 현대에 들어 유래없는

장기간의 공황으로 (무려 8개월째) 

전 세계를 지배한 이 시점에서


(역시 8개월째) 점점 더 영상 컨텐츠에 

녹아들고야 마는 자신을 보고 있자면

무언가 두려움이 느껴집니다.


현실은 점점 단절되어 가고

영상의 세계는 무궁무진해보이는 

이 말도 안되는 모순이 

점점 당연해지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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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2010년대, 특히 우리나라의 청년층에 의해 

열광적으로 소비된 작가입니다.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문체는

마치 텍스트의 cool함을 넘어설 듯한 

흡인력을 지닙니다.


오늘 읽을 작품은

하루키의 21세기 작품 능선 중

한 봉우리를 차지하는 작품, 

『해변의 카프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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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이 높은 치밀한 불완전함은 인간의 의식을 자극하고 주의력을 일깨워주거든. 

이것 이상은 없다고 말할 수 있을만한 완벽한 음악과 완벽한 연주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다간, 눈을 감고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어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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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인 15세 다무라 카프카 군은 

현실의 환멸을 피해 도피하듯 가출을 합니다.


추구와 탐닉을 위한 가출이 아니라는 점에서

현실적이죠. 우리의 가출도 그러했듯이.


고양이와 이야기하는 나카타 아저씨

꿈에서는 50대가 아닌 15세의 소녀가 되어 나타나는 사에키

하늘에서 비처럼 내리는 전갱이 등..

소설에는 환상적인 설정들이 등장합니다.


동시에 '이 세계의 모든 것은 메타포이다.'라는 메세지가 되풀이 됩니다.


"..세계의 만물은 은유라고하는 메타포거든. 누구나 실제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육체적 관계를 갖는 것은 아니야. 그렇지? 그러니까 우리는 메타포라는 장치를 통해서 아이러니를 받아들인다..."


곧, 소년 카프카가 모험에서 겪게 되는 일들을

독자가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작가는 그것이 '상징'이자 '메타포'의 방식임을 재차 강조합니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을 일일이 진지하게 상대하다가는 몸이 열 개 있어도 모자란다는 얘기인가요?" 하고 나는 말한다. 

"그래, 맞아" 하고 오시마 씨가 말한다. 

.."..상상력이 결여된 속 좁은 비관용성 독불장군 같은 계급투쟁의 운동 방침, 공허한 말들, 찬탈된 이상, 경직된 시스템. 내가 정말로 두려운 것은 그런 것들이야. 나는 그런 것을 진심으로 두려워하고 증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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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카프카』는 작가가 말했듯이 우리 각자의 모험 소설로 읽혀지기를 바라는 이야기이며,


실제로 (적어도 제게는) 하루키 냄새 가득한 모험 소설로 읽혀집니다. 



사에키 씨는 그 그림 속의 소년이 자아내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고독을, 카프카의 소설 세계와 결부해서 파악한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소년을 '해변의 카프카'라고 불렀다.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방황하고 있는 외톨이인 영혼. 아마 그것이 카프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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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환멸을 피해 달아났고

그곳에서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애절한 마음' 상태를 경험합니다.


"누구나 사랑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결여된 일부를 찾고 있기 때문이지. 그렇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다소의 차이는 있을망정 언제나 애절한 마음이 되는 거야. 아주 먼 옛날에 잃어버린 그리운 방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은 기분이 되는 거지. 당연한 일이야. 그런 기분은 네가 발명한 게 아니야. 그러니까 특허 신청 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얼굴을 든다.


우린 어쩌면 메타포를 통해 서로의 거리를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함축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메타포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시간의 거리 혹은 공간의 거리까지도 

단 번에 함축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렇기에 그 만남이 마치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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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결국 사랑하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 만남이 소년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그 양태마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나는 그때 공백과 공백 사이에 끼어 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분간할 수 없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나는 격심한 모래 바람 가운데 혼자 있다. 내가 뻗은 손끝조차도 안 보인다. 어느 쪽으로도 갈 수 없다. 뼈를 부순 것 같은 흰 모래가 나를 완전히 둘러싸고 있다. 그러나 사에키 씨가 어디에선가 나에게 말을 건다. "그래도 너는 역시 돌아가야만 해" 하고 사에키 씨는 단호하게 말한다. "내가 그것을 원하고 있어. 네가 거기에 있기를 내가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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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분명 뜬구름 속에는 존재하지 않을 겁니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를 매일 부양하며, 의견 차이를 나누며 자신의 살을 깎아서라도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생계를 이어나갑니다. 그와 순서를 정해 화장실에 가기도 하는 그 지극한 현실을 경험하고요.

사랑은 분명 현실 속에 있습니다.


소년은 하늘에서 전갱이가 떨어지고, 

천지가 뒤틀리는 '꿈'에서 사랑을 배웠습니다.

그는 이제, 사랑을 '살기'로 합니다.


"이제 난 도쿄로 돌아가려고 해" 하고 나는 말한다. ..

"가출은 이제 포기한 거지?"

"그렇게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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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이 있는 시간이 많은 의미를 지녔던 옛날의 꿈처럼 너에게 덮쳐온다. 너는 그 시간에서 벗어나려고 계속 이동한다. 설사 세계의 맨 끝까지 간다고 해도, 너는 그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너는 역시 세계의 맨 끝까지 가지 않을 수 없다. 세계의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도 있으니까.


..이윽고 너는 잠이 든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너는 새로운 세계의 일부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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