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시와 강아지입니다.
오늘은 현재 한국의 강아지 브리더(breeder; 번식업자)님과 동물 판매업 허가를 받아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께 수의사로서 조심스레 제언을 올려볼까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동물 가족을 분양 받을 예정이신 분들에게는
'부모견의 건강상태를 반드시 확인해야하는 이유'를
강조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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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조할 점은 딱 한 가지 입니다.
모견과 부견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만 분양을 받으십시오.
진료를 하다보면 유전질환을 앓는 강아지/성견을 어림잡아도 하루에 최소 두세 케이스는 경험하게 됩니다.
유전질환을 가진 반려견 생애주기의
가슴아픈「일반적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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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보호자님께서 동물 가족을 맞이하기 위해서
한 동물판매업소에 방문하였습니다.
그곳에는 어여쁜 천사 같은 아기 강아지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와 눈을 마주치는 순간
'내가 이 아이의 평생을 책임지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1) 보호자님은 아이의 기본적인 활력과 설사, 구토 여부, 청결 상태 정도만 확인 후 분양을 받게 됩니다.
2) 그리고 2-3년 후 고관절 이형성증과 디스크 질병을 진단 받습니다.(2-3년 후 유전 질병을 인지)
상기 질병명은 시사성을 가진 질병을 예시로 든 것이며,
실제로 훨씬 많은 선천적/유전 질병명이 존재합니다.
3) 동물병원에 방문해 진통/소염/항생제를 처방받고 잠재적인 수술/ 장기치료를 고려하게 됩니다.
4) 수술 비용과 수술 후에도 증상은 사라지지 않음, 즉 뾰족한 수가 없음/처치곤란임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5) 아이를 볼 때마다 안 쓰럽고, 별 다른 추가 증상이 없어도 매월 평균 20만원 정도의 동물병원비를 지출하게 됩니다.
적다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는 어림잡은 '평균' 비용이며
증상의 증감이 관찰될 때마다 투약량을 조절하거나
재활치료를 받을 경우엔 월 70-80만원을 상회하는 지출이 발생합니다.
6) 아이의 질병이 때론 빠르게, 또 느리게 악화되고 있음을 인지하게 됩니다.
7) 아이는 불행하게 요절하거나,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이른 나이에 노령견의 컨디션을 갖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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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나뵈었던 대부분의 보호자님들께서는
생명에 대해 매우 선하며 엄격한 윤리적 잣대를 가지고 계셨습니다.
본인들의 삶에 상당한 제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의 평생을 짊어지려는 태도를 보여주셨습니다.
한편, 수의사인 입장에서 그 모습이
때론 눈물 겨웠습니다.
으레 강아지라면 모두 그렇게 아파야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분명 그 아픈 아이의 모견이나 부견 중 하나가 유사 질병을 가지고 있었을텐데..
이를 미리 알았더라면
그 아픈 아이는 태어나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었고
(때문에 브리더의 책임이 막중합니다.)
보호자님께서 건강한 반려동물 문화를 만끽할 수도 있었을 텐데..
(요절하는 아이의 수명을 약 5-7년이라 본다면
사람에게도 이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골골 80'이라는 말이 있듯 어떤 아이들은
고통스러운 질병을 짊어지고 10년을 훌쩍 넘게 살아갑니다.)
그래서! 먼저
어여쁜 동물 가족을 입양하실 계획이 있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전합니다.
◆ 그 귀여운 모습에 홀리지 마십시오.
◆ 반드시 그 아이의 모견과 부견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곳에서만 분양을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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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로
애견 브리더와 동물 판매업 종사자
분들에게 고합니다.
◆ 반드시 건강한 아이들끼리만 교배를 해주세요.
◆ 건강하다는 판단은 부디 경험있는 수의사에게 받아주세요.
예로, 연골이형성증이 있는 프렌치불독도 겉으론
꽤나 건강해보일 수 있습니다.
브리딩을 하는 아이들의 근골격계는
CT와 MRI를 통해
좀 더 면밀한 진단을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 아이가 낳는 3-7마리의 새끼는 분양되어
3-7 가구의 삶에 편입됩니다.
평균 3인 가구라고 했을 때
즉 9명에서 21명의 사람에게 중대한 영향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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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흔히 고려되는 유전질환과 호발 품종을 나열하겠습니다.
-슬개골탈구: 흔히 말티즈, 푸들 등에서 호발한다고 알려져있지만, 10kg 미만 모든 소형견종에서 고려되어야 합니다.
맞습니다. 슬개골탈구 또한 유전질환입니다..
-연골이형성증: 쉽게 말해 포메라니언, 불독, 아메리칸 불리, 시츄, 페키니즈 등 두상이 짧은 아이들. 일생동안 척수 신경병증에 의한 통증을 느끼며, 신경성 쇼크로 인한 급사 가능성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디스크와는 전혀 다른 진단명이지만
흔히 연골이형성증은 추간판협착증으로도 나타나며,
지역병원에선 디스크 질환명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장병: 모든 견종
심장병은 사람의 노령성 고혈압, 고지혈증처럼
모든 강아지의 취약점입니다.
하지만 심장병 진단이 7세 미만에서 이뤄진 경우
해당하는 아이는 브리딩하면 안 됩니다.
-고관절이형성증: 리트리버, 세퍼드, 로트와일러, 그레이트피레니즈 등 대부분의 대형견
특유의 걸음걸이는 대부분
5개월 이전에 알아챌 수 있지만,
증상의 경중이 워낙 다양하여
조기에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모견과 부견의 보행이 양호한지 확인해야합니다.
-천문개방증(흔히 뇌수두증 등을 속발): 치와와에서 많으며, 두상이 짧은 모든 아이들의 부모견에서도 확인되어야 합니다.
-단두종 증후군: 두상이 짧은 모든 아이들(=단두종)은 그 부모견이 생애 동안 호흡기 부전(기관지염, 인후두부종, 기관협착증 등)을 겪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단두종은 문제가 너무 많아
모든 경우에 결격사유가 없는 아이는
그 희소가치 때문에 고가에 분양됩니다.
(또한, 현재는 프렌치 불독 품종이 유행하여
결격사유가 많은 아이들도..
고가에 거래되는 경우도 목격하였습니다.)
사실 가격을 떠나 반려 선진국의 동물보호단체는
단두종의 브리딩을 근본적으로 반대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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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마지막 꼭지였던 유전질환과 호발 품종은
애견분양샵에서 동물 판매업자에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활용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건강한 "소수 정예"의 아이들만이 브리딩되어
"고가에 분양"되고
그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경제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보호자님들만이 분양 받는 시장..
질적인 팽창을 꿈꾸며,
윤리적으로도 훼손되지 않은 반려동물 시장을 꿈꿉니다.
시장의 양적인 팽창은 중요치 않습니다.
(천만 반려동물인구가 형성된 이래 매년 유기된 아이들의 마릿 수만 합해도 무리 천만이 넘습니다...)
감당하지 못할 거라면 구매하지 맙시다..
감당하기 힘든 아이라면 브리딩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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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메일과 함께 댓글을 달아주세요.
보호자 여러분에게 필요한,
거품기 쫙- 뺀 정보를 드리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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